wnsgml.com (108)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발자크는 문학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은 '흥미'라고 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봐지는 혹은 들어지는 영화에 비해 문학은 여러 사고작용을 필요로 한다.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영화나 연극을 끝까지 보는 것에 비해 대단히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흥미를 끌지 못하는 문학이 소비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끝까지 읽히지 않는 문학은 심하게 말해서 가치가 없다. 나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들 때 가볍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든다. 버스에서 읽거나, 공부하기 싫을 때 언제든 꺼낸다. 날 어렵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라기엔 몇권 보지 않았지만) 그런면에서 는 적잖이 껄끄러운 소설이었다. 매 장면장면마다 마약과 혼음의 환락세계가 펼쳐지고 주인공 류는 너무 구체적으로 떠올라서 읽기에 역겨울정도.. 좋은 비평 최근 달았던 몇몇 리플들에 대한 반응을 보며 내 '딴죽의 체계'를 설명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코멘트를 달아도 '까칠하다'는 반응을 듣는 나를 스스로 변호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 비평critics 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전제한다. '한 대상에게 가해질 수 있는 최대한의 폭력은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듯, 비평은 일종의 관심표현이며, 관심대상에 대한 격려이자 다독거림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평대상의 각성이나 발전을 유도하지 않는, 흠집내기가 주가 되는 비평은 좋은 비평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비평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대통령의 어떤 정책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라는 최소한의 형식도 없는 무차별한 '까대기'가 웹상에서 난무한다. 쥐를 닮았기 때문에 싫다, 마.. 수용소군도 - 솔제니친 처음 접했던 솔제니친의 글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짤막하게 실려있던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였다. 당시에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입시준비에 찌들어서 책을 구해서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군대를 다녀와서 정말 감탄,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뒤에 또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한 달 전쯤 NPR이라는 미국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우연히 솔제니친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고 검색해보다가 솔제니친의 대표작이라길래 읽게 된 책이다. 국내에는 88년에서야 전권이 번역되어 나왔고 가장 최신판은 95년 에 나왔다. 오래된 책이라 책값도 저렴(6000원)해서 바로 전권을 살까 생각했는데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힘들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재출간 .. curious sky 코카콜라 게이트 코카콜라 게이트, 윌리엄 레이몽, 이희정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Coca-Cola - La investigacion prohibida/ The Forbidden Investigation 원제에서 보이듯이 이 책은 금지된 조사를 하고 있다. 저자인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인으로, 코카콜라 매니아였다. 그는 코카콜라 관련 자료들을 모아나가다가 코카콜라사에 생긴 의문점을 파헤쳐나가게 된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코카콜라사에 자료를 요청했다. 코카콜라의 대답은 책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료를 줄 수 없다는 것. 다시말해 어떤 내용인지 검열되지 않은 책을 위한 자료는 없다는 뜻이었다. 코카콜라의 기적에 가까운 경영과 그 신비한 맛을 찬양하는 책이어야만 코카콜라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저자는.. 회의자유주의자 난 자유주의자다. 전엔 잘 몰랐지만 이젠 자유란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난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걸, 자유를 존중한다는 걸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틈틈이 권위로 자유를 억누르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달리거나 힘들땐 걷거나 기어서라도 이동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자유롭기도 하다. 난 법앞에 그토록 자유로운 사람을 상상한 적이 없다. 별 시덥잖은 걸로 멀쩡한 사람을 얼굴도 못들게 하는 네티즌의 악플을 인터넷이 보급된 이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받아내면서 즐겁게 살만큼 자유롭다. 하긴 29만원들고 시궁창에서 기어다닐 자유도 인정해줘야겠지. 자유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수도.. 맞잡을 수 없는 양손 진보 사상을 가진, 혹은 가졌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같이 공부하자, 생각해보자라는 표현을 대단히 높은 빈도로 사용한다. 말인즉 그 문제에 대해 말하려면 말하기 이전에 어느 정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슬로대 교수 박노자씨 역시 진보사상을 가지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그의 저서 '박노자의 만감일기'에서 말한 바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자신은 '학습한 사람'이란 뜻이 되는 이 말은 위험하다. 우리 사회에서 '학습했다', '배웠다'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이 말은 '나는 너보다 낫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크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몇차례 수업을 거르고 이한열열사 추모식, 혹은 그런 류의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 현장을 스치며 무거운 책가방을 .. 고집에 가까운 책임감 여기 사람들은 제시간에 출근하지 않는다.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다들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일찍 와서 그다지 할 일도 없는데다가 셋째로 다들 걸어서 출근하기 때문이다. 네번째로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랑 다들 나이차이도 한두살 밖에 안나고 다섯번째로 그 책임자가 그다지 깐깐하게 말하는 타입이 아니며 여섯번째로 책임자도 자주 지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지각할 이유가 위의 여섯가지에다가 집이 멀다는 좋은 핑계까지 있음에도 매일 10~15분, 빨리는 30분가량 일찍 온다. 새벽네시반에 집에 기어들어갓다가 두시간자고 다시 나올 적에도 10분 빨리 와서 앉아있었고 경희대 친구집에서 꽤나 방탕한 밤을 보내고 두시넘어서 잤을때에도 혼자 유유히 일어나서 샤워하고 출근했을 때도 20분 빨리 와서.. 이전 1 2 3 4 5 6 7 8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