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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선택의 자유, Neten 무한잉크 HP K5300 프린터를 쓰고 있다. 프린터라는 게 배보다 배꼽이 큰 대표적인 물건이라, 처음 살때 프린터 기계값보다 두달치 잉크값이 더 많이 들게 된다. 게다가 카트리지란 게 17ml짜리 밖에 없어서 너무 자주 사야한다. 정품을 쓰지 않을 경우 제품 품질보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경고문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리필잉크를 쓰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쭉 정품을 쓰다가 이번에 Neten 무한잉크를 써보기로 했다. 박스마다 두개씩 들어 있어서 두박스가 배송되어 왔다. 배송에 2~3일 정도 소요되었는데 연말인 점을 감안하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편이라고 하겠다. 동봉된 리세터와 고무캡. 사용설명서와 홈페이지에 나와있지만 리세터를 사용해야만 카트리지를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정품 카트리지를 기준으로 잉..
포퓰리즘 - 서병훈 연재물은 일단 접어두고; 과제로 쓴 거긴 하지만 쓴김에 블로그에도 올린다. '퇴고해서 제출해야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퇴고란걸 해본적이 있던가 다나카 요시키의 이라는 SF소설은 미래의 역사소설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 공화정과 제정을 비교하는 정치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명작으로 꼽힌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전능에 가까운 황제를 둔 ‘은하제국’과 ‘자유형성동맹’이라는 민주국가의 대결 구도를 그린 이 소설의 메인 테마는 ‘선의의 독재’와 ‘불완전한 민주주의’ 사이의 갈등이다. 제국의 황제는 그야말로 신에 가까운 존재로, 전쟁에선 늘 승리하고, 귀족사회의 틀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인 불평등을 일소하여 제국을 완전에 가까운 통합으로 이끄는 인물이다. 반면 민주국가 측은 늘 반목하고, 통일되지 못한 국론..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의 최신작이다. 원제는 'The Conscience of a Liberal'. 사실 작년에 미국에서 나왔고 한글 번역판이 올해 나온 것이라서 최신작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의 향연'에서 경제학자로서 보수주의 경제학 이론의 허구성을 경제학적 논리로 지적했다면 이번에는 현재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의 영역을 넘어서 '지금보다 좀 더 평등한 사회가 바람직하다'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책을 써냈다. 크루그먼이 미국 현대사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평등하던 미국사회에서 어느 순간 보수주의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공화당의 주류가 되어 그때까지 비교적 비슷했던 양당의 정..
진보비판 note #1 난 사상적으론 양비론적이고 실제적 성격은 양시론적이지만 양면 모두 교수에게나 한국사회에서 환영받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다들 분명한 자기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고 애매한 입장은 기회주의정도로 배격하려고 한다. 긍정할 점은 서로 긍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입장은 기회주의로 배격당한다. J.M.케인즈도 '나는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연재물이 될 각오를 하고 일단 써본다. ㅡㅡㅡㅡㅡ 우리 사회에서 진보비판=수구라거나 보수비판=진보라는 공식이 성립하고 있지만 양극화논리에 농락당하는건 지겹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사회의 지배적 논리는 보수/진보구도인데 대개 보수/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기준은 특별히 없고, 여러 쟁점에서 나와 ..
대성당과 비정규직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로버트?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무슨 일이에요?" 아내가 말했다. "괜찮아."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이제 눈을 감아보게나." 맹인이 내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그가 말한 대로 눈을 감았다. "감았나?" 그가 말했다. "속여선 안 돼." "감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계속하게나." 그가 말했다. "멈추지 마. 그려." 말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에 딱 붙어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이제 된 것 같은데. 다 그린 것 같아." 그는 말했다. "한번 보게나. 어떻게 생각하나?"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만 더 계속 그렇게 있어야겠다..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김춘미 역 (상,하), 문학사상사 2003 하루키는 스스로 일생일대의 작품을 썼다고 했다. 스스로 상당히 만족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과연 지금까지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하다. 이후로 장편소설이 나오지 않고 있는걸 보면 여기서 그만두는 건가 하는 독자로서의 아쉬움도 있지만 권택영이라는 경희대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 에서 이어지는 라인업의 완성작이라고 할만 하기는 했다. 이런 저런 해설들이 많이 있고, 해설서가 따로 나올 정도기도 하지만, 몇가지 중요한 것만 (내 수준에서 느낄 수 있는 것만) 쓰자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도서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15살 소년' 정도다. 특히 도서관을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굳이 그 장소가..
데미안과 이명박 헤르만 헤세의 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재미있다 못해 약간 섬칫하기도 했던 구절인데, 처음 읽었을 때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했었던지 메모해둔 흔적을 오늘 발견했다. 다시 한 번 무엇인가 정말 근사한 생각 혹은 죄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싱클레어,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것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 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 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읽자마자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사회는 서구 여러나라들에 비해 민주주의를 숙성시킬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냉전반공주의의 헤게모니적 영향력이나 군부쿠데타에 의한 독재 및 그로인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군사식 문화, 권위주의... 그리고 보수와 극우만을 대표하게 된 정치구조. 그 일련의 폐단들을 '운동'으로 극복하고 형식적 민주화를 가져왔지만 87년 6월 혁명을 주도했던 운동 세력들은 그 자체로 정치세력화하지 못하고 민주화의 실현을 기존 정치세력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대표자들은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론의 실례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마냥 국민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자리뺏기 놀이에 머물렀고 그 와중에 너나할것 없이 보수화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갖는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 87년 6월 혁명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