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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자에게 편지 원래 남자한테 편지 쓰는 거 안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지. 1년같이 살았는데 잘가 인사는 해야잖아. 전역은 찬찬한 앞날로의 일보전진과 동의어가 아니지만 음침한 세계와의 이별 정도는 되니까. 축하할 만 하네. 인생을 니가 좋아한다던 수학과 비긴다면, 답을 아무도 모르는 문제라고 하더만. 그런 말 하는 사람 중에도 인생의 공식을 찾아 헤메는 인간이 있기도 하고 두세개 정도 답 구해놓고 어느 게 맞는지 갈등하는 사람도 있고, 날 때부터 답은 이렇게 구하는 거라고 배워서 그대로만 살다 시험 끝날때쯤 아차 하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각 안나오는데 마지못해 아는 공식 이것저것 써보다가 '아 이건 아닌데' 하며 다시 풀 시간 없어 그냥 답안제출 하기도 하고, 옆사람꺼 베끼다가 중간에 몇자 틀려서 완전 망하기도 하고,..
작가가 별거있나 최근 읽은 것들을 보면 주인공이 작가인 것, 혹은 작가란 직업이 등장하는 것이 많다. 책에 대해서 사전파악하고 보는 경우가 적으니까 의도한 바는 결코 아니다. 난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다. 근데 쥐스킨트는 독일인이었고 난 독일어를 몰랐다. 샐린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고 살았어도 답장따위 안해줄 거 같다. 류도 일본인이라 자신없다. 에코한텐 할말이 없고. 김학은은 직접 만나보기까지 했는데 책이 맘에 안든다 ㅡ 경제학이 싫은게 아니라 워낙 졸저다. 작가. 아는 작가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 작가란 허구헌날 자기 얘기만 쓰는 나르시스트들이기 때문에 친해지면 짜증나고 친해지자고 해도 친해질 리가 없다. 친해질 필욘 없고 그네들의 일상적인 글이 보고 싶은 거다. 작가란 인간들은 평소에 무슨 글을 쓰는지..
잘썼다 싶은 글을 보면 감탄에 섞여 질투심 같은게 솟아난다. 물론 그치에게는 일생의 축적을 깎고 깎아내서 간신히 뽑아낸 문장일 수도 있겠지만, 남이 보기엔 쉽게 쓰인 문장 같기만 할 뿐이다. 에 보면 간단한 수필 같은게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잘쓴 글이 많다. 한순간 마음이 동해 쓴 글, 자기 전에 이불속에서 미적거리다가 쓴 일기 같은게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수작이고 걸작이다. 그럴 때면 '이 사기꾼 같은 인간들아 두고봐라 나도 한번 써보고 말겠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고래고래 소리친다. 글은 어디서 뭘 해먹고 살든 자연히 쓰게 마련인 것인줄 알면서도 순진한 생각이 한번 인생 걸어보려므나 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해버리니까. '아 이런게 마음에서 시키는 건가' 싶다가도 쪽박차면 싫으니까 머뭇거리게 된다. 늬..
초등학생식 일기 두번째 새벽 두시 사십칠분쯤 잠들었는데 부대에서 전화가 와서 깼다. 여덟시 반쯤인가. 사실 내가 집에서 받을 전화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받아야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받았는데 역시나였다. 다시 자기도 뭣해서 그냥 일어난 김에 아침먹고 활동을 시작했다. 점심때 뭔가 약속이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어 영화하나보고 나가려 했으나 영화를 보다 보니 시간이 좀 기리기리(아슬아슬이란 일본어)해서 반만 보고 관뒀다.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영화 몇개 더볼려고 그랬는데 나갈일이 생겨서 어쩔수 없었다. 사실 안나가도 그만이었던 걸까나... 하긴 내일 복귄데 집에만 있기도 좀 그렇다. 이번 휴가때 느낀건데, 휴가라고 해서 딱히 꼭 만나야될 누군가가 있지 않은 거 같다. 앞으론 휴가도 잦고, 누구여야 한다는 건 여자친구도 아..
브라더 컴플렉스 브라더 컴플렉스란 말이 있다. 어저께 고참이랑 근무 서면서 이야기 하던 중, 형 이야기가 나와서 형 요즘 휴학하고 공부하고 할거 하고 있다고 했다. 형은 어느 학교 다니냔다. 연대 다닌다고 했다. 그럼, 형 때문에 부담 많이 가졌겠다고 한다. 잠시 생각하다가 부담 가진 건 아니고, 형을 닮고 싶었다고, 그냥 그랬을 뿐이라고 했다. 정말로, 난 진짜 어릴 때부터 형을 닮고 싶었다. 형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다 가지고 놀고 싶었고, 형이 맛있게 먹던 것들은 다 먹고 싶었다. 형이 책을 보길래 나도 책을 읽었고 형이 아직 삼국지도 안봤냐고 놀려서 이해도 안가는 삼국지를 주구장창 독파했다. 형이 입었던 옷을 입었고 형이랑 서로 좋아하던 여자(연애했다기엔 좀 그렇고)가 이상형처럼 여겨졌다. 형이 외고에 가서 나..
아직 나는 주위 환경에 쉽게 동요하고 기분따라 흘러가고 좋고 싫은 걸 표나게 구분하는 사람이다. 감정 상하면 웃지 못하고 기분 좋으면 쉽게 드러내 버린다. 감정따라 흘러가는 생각을 자제시키기는커녕 가끔 이건 바른 판단이 아니라는 것조차 모를 때가 많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내가 마뜩찮아 생각을 바꿔버리는 것도 예사로 하는 나는 잠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너의 색이 번지지 않을 만큼 내 색깔을 칠할 수 있게 너와 아무리 가까워도 '나는 나'라고 할 수 있게ㅡ 이년만, 딱 이년만. 갔다올게!
정말 일기 금요일 일기. 늦잠잤다. 에에엑 늦었네 하면서 두바퀴 구른다음에 늦은김에 대충 수업끝나기 전에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세바퀴 더 구르고 씻은 담에 학교 갔다. 날씨가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는 걸 느끼며 최대한 그늘을 통해서 이동했다. 수업끝나자마자 과방으로. 에어컨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좋을줄이야. 이리저리 더위를 피해다니다 실습실에가서 사진을 스캔했다. (아래 게시물들) 아름이 누나는 옆에서 카트라이더를 하며 열라 스트레스 풀린다고 좋아하고 있고; 난 이걸 귀여워해야 되는건지 살짝 고민하다가 과방가서 빠마한 황수진 만나고.. 수진이 사진 잘찍어보려고 좀 설치다가 걍 그저그런 샷들 몇개 찍었다. 두롤째 쌓인 필름을 뽑고 시월공연에 가면 간지타이밍이겠다 싶어서 내려갔다. 이재상은 병원에 들른 후에 어학..
제 6회 윤동주문학상 당선작 등꽃이 필 때 김윤희 목욕탕 안 노파 둘이 서로의 머리에 염색을 해준다 솔이 닳은 칫솔로 약을 묻힐 때 백발이 윤기로 물들어간다 모락모락 머릿속에서 훈김 오르고 굽은 등허리가 뽀얀 유리알처럼 맺힌 물방울 툭툭 떨군다 허옇게 세어가는 등꽃의 성긴 줄기 끝, 지상의 모든 꽃잎 귀밑머리처럼 붉어진다 염색을 끝내고 졸음에 겨운 노파는 환한 등꽃 내걸고 어디까지 갔을까 헤싱헤싱한 꽃잎 머리올처럼 넘실대면 새물내가 몸에 배어 코끝 아릿한 곳, 어느새 자욱한 생을 건넜던가 아랫도리까지 겯고 내려가는 등걸 밑 등꽃이 후두둑 핀다장요한은 출품 안하길 잘한거 같다 ㅋㅋ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2학년이시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