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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컴플렉스

브라더 컴플렉스란 말이 있다.
어저께 고참이랑 근무 서면서 이야기 하던 중,
형 이야기가 나와서 형 요즘 휴학하고 공부하고 할거 하고 있다고 했다.
형은 어느 학교 다니냔다.
연대 다닌다고 했다.

그럼, 형 때문에 부담 많이 가졌겠다고 한다.
잠시 생각하다가 부담 가진 건 아니고, 형을 닮고 싶었다고, 그냥 그랬을 뿐이라고 했다.

정말로, 난 진짜 어릴 때부터 형을 닮고 싶었다.
형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다 가지고 놀고 싶었고, 형이 맛있게 먹던 것들은 다 먹고 싶었다.
형이 책을 보길래 나도 책을 읽었고
형이 아직 삼국지도 안봤냐고 놀려서 이해도 안가는 삼국지를 주구장창 독파했다.
형이 입었던 옷을 입었고
형이랑 서로 좋아하던 여자(연애했다기엔 좀 그렇고)가 이상형처럼 여겨졌다.
형이 외고에 가서 나도 외고에 갔고
형이 내신을 열심히 안하길래 나도 내신을 안했고
형이 수학 때문에 골치썩었듯이 나도 수학 때문에 결국 피봤다.
형이 연대에 가서 나도 연대에 갔다.
형이 홈페이지를 만들길래 나도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형이 읽던 책은 여전히 재밌어 보였다.
형이 학점이 안좋았으므로(라면 형이 미안해 하겠지만) 나도 학점이 안좋았고.
형이 군대에서 철들길래 나도 철들려고 하고 있다.

모르겠다.
형이 한 건 다 멋있어 보였고
형이 꿈꾸는 것은 곧 내 꿈이었다.

그랬던 날 알았는지 형은 항상 내 패스파인더가 되어 주려고 늘 보란 듯이 남보다 앞서 나갔고
난 그런 형이 좋아서 늘 형을 따라 걸었다.

대학에 갔고, 형은 군대를 갔다.
그 후로 형이 내 옆에 없던 2,3년동안 길잡이를 잃어버린 듯 난 막 헤메기 시작했고
혼자 길을 찾으려고 나름대로 여러가지 일들을 했다.
덕분인지, 그 탓인지, 지금은 형과 참 많이 빗나간 자리에 서게 되었다.

형의 가치체계는 이제 나와 많이 다르고
형의 꿈은 더이상 내 꿈이 아니다.





고 생각한다.


형이랑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썩 잘 걸었던 건 아니었다.

이젠 좀 잘 걸어보려고
요즘은 착실해지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착실해 지려는 것 뿐이지 형을 닮으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운동을 하고 몸이 좋아지려고 하고 있지만,
형이 하는 걸 나도 할 뿐이지 형이 하기 때문에 멋져 보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서 걷고 있다.


형만한 동생은 안되지만
형하고 비교당하지 않는 동생은 될거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