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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공부한다고 하면서 생색낸건 이미 하루이틀일이 아니게 되었지마는
정작 내 생각에 '본격적으로' 하게 된 지는 며칠 되지 않은 듯 하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라는 것은
매일 8시부터 9시까지 (한시간이 아니라 열세시간)을 도서관 언저리에서 보내게 된
한달 전부터가 되겠다.

그래도 나름 주5일제를 지키려고 노력중인데, 그 휴일이 어떨 때는 수요일이기도 하고, 일요일이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그 쉬는 날에도 아침 8시까지는 학교에 온다.
원래 우리 스터디(출첵만 하고 공부는 알아서 하는 거라서 생활스터디 혹은 밥터디라고한다)
출석시간은 아침8시지만 난 출근버스에 앉을 자리가 있는
6시 50분에서 7시 사이에 버스를 타려고 여섯시에 일어난다.
도서관 좌석을 발급받으면 7시 30분에서 7시45분 사이쯤 된다.
3층 노트북 열람실에서 한시간 정도
어제 공부했던 걸 다시 훑어보거나 계획을 점검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다가
좌석발급을 하지 않아도 되는 4층으로 옮긴다. 9시부터 개방되기 때문에 올라오면 아무도 없다.

그리고는 점심 먹기 전까지 동영상 강의 두개정도를 듣고자 하는데
세법의 경우는 강의 한개가 길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되서 자꾸 돌려듣다가 강의 한개 들으면 열한시쯤 된다.
중급회계의 경우는 이래저래 여러번 했기 때문에 두개정도를 1.4배속정도로 들을 수 있다. 

난 아침을 여섯시 반쯤에 먹기 때문에 열시반이 되면 위가 오글오글거려서
점심시간인 열한시까지 무척 괴롭다.
규칙적인 생활 탓인지 난 식후 네시간이 되는 열시반에 매일 그 고통을 느껴야한다.
스터디 멤버인 재상이는 아침을 안먹는데도 그 고통을 느끼고 재호도 같은 시간에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점심시간을 열시 반으로 당기면 점심식사 후부터 저녁시간인 여섯시까지 버티기가
더욱더 괴로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점심시간을 옮기지 않고 있다.

점심은 늘 공학원 평화의 집에서 먹는다.
지난 월요일부터 순두부찌개의 가격이 300원 인상되어 죠금 슬프다.
식사라기보다는 영양섭취에 가까운 행위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양치질을 하고.

오후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조는 시간이 중간중간 섞여서 30분~ 1시간 정도 되는 탓도 있고
가끔 우리 공부하는 걸 구경하러 광영이가 오기도 했다가 원형이가 오기도 했다가...
재호는 수업도 들으러 가고.

그리고 여섯시에 저녁을 먹는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괜찮은데 수요일이나 목요일 이시간이 되면
재상이는 알콜금단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나랑 재호는 이 인간이 술고프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그래서 저녁시간에 나는 오늘 저녁이 제발 무사히 끝나기를 마음 한구석에서 기도하는데
어쩌다가 재호마저 발동이 걸리면 그날은 무사히 넘기기가 좀 힘들다...



사람은 쳇바퀴를 계속 굴릴수록 회의를 느낀다거나
심적으로 힘들다거나라는 걸 느끼는 것이 정상이라는데 난 왠지 아무렇지 않다.
되려 난 단순하게 여섯시에 눈이 떠질 때마다 늦잠자지 않았다는 것이 기쁘고
긴장하다가 깊게 잠들지 못해서 세시나 네시쯤 잠이 깨면 기분나쁘기는 커녕
아직 여섯시가 아니라는 게 너무 좋다.
매일 다른 스케줄 때문에 들쑥날쑥하게 점심을 먹고, 매일 다른 시간에 잠에서 깨고
매일 다른 사람과 점심을 먹고 매일 다른 사람과 저녁을 먹고 매일 다른 공부를 하는 것보다
쳇바퀴 도는게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