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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질투는 나의 힘


이라는 시를 읽었다.

어이없게도 김영덕이란 학원강사가 쓴 <IFRS중급회계>에는 매 chapter의 끝에 시가 적혀있다.
나는 문학도도 아니고 시인이나 소설가 혹은 에세이스트가 아니며 문학소년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흰 종이와 검은 글씨 몇개의 조합이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혹은 격한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을 믿고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극히 존경한다. 언젠가 나도 그리 되었으면.

그래서 나는 도서관을 뛰쳐나가 시집을 샀다.
기형도의 말이 적혀있었고 나는 약간의 파문을 느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 기형도


내가 시를 읽는다니 말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