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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열한 장관

불과 열흘쯤 전에 시사, 도서 포스팅은 지양하겠다고 했건만....


무슨 얘기냐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얘기다.

기사원문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모양인데, 우리의 '경제수장'님께서는 아직까지 대공황때의 케인즈적 해결밖에는 대안이 없으신 모양이다.

MB노믹스의 주된 골자는 규제철폐에 의한 기업의 자율성 확보, 기업하기 좋은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정작 지금 인터뷰에서는 잡셰어링 어쩌구 하면서 기업에게나 실업자에게나 정작 필요하지 않은 인턴자리나 늘이라는 투로 말하고 있다.

“수익성이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게 기업입니다. 기업들도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겠지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업 활동의 족쇄를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을 늘렸으면 합니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기업들이 투자를 해주지 않는 것이 아쉽다'라니..


또 인터뷰에서 강조한 표현으로, 국민성 어쩌구하는 얘기가 있었다.

“당시 진로그룹 기억 납니까. 진로가 망해 캠코가 1250억원에 사들였어요. 그걸 골드먼삭스가 사서 1조원 이상 남기고 팔았습니다. 그때 진로 소주 마시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런 국민입니다. 엄청난 성장 에너지가 있지요. 국민이 진로 소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골드먼삭스가 미리 간파하고, 진로를 사들인 것이지요. 아마 통찰력 있는 기업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할 겁니다. 기업이 왕성한 투자에 나서면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말 우리 민족은 유별난 데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런 게 없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떻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겠습니까. 잡 셰어링은 전 세계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코리안 모델’로 발전·승화됐으면 합니다.”
21세기하고도 10년이 지나가는 마당에 민족성 어쩌구하는 식의 담론이 통용된다는 건 나에게는 대단히 불쾌하고도 서글픈 이야기이지만, 중앙일보 기자(혹은 에디터)나, 윤 장관님에게는 로맨틱한 이야기인듯 하다.('로맨틱'이란 표현을 쓴 건, 설마 진심으로 국민성을 신봉하기 때문에 얘기한 건 아니겠지 해서 하는 말이다. 경제 수장이라는 분께서 진심으로 국민성이라는 것에 기대를 걸고 하는 말이라면 난 조금 더 슬플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슬픈 이야기.

“양도세는 완화하기로 했고, 상속·증여세 인하안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50%에 육박하는 세율은 죽은 세율이라는 얘기가 있지요. 글로벌 마켓에선 모든 세율이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검토돼야 합니다.”
아마 장관님은 '래퍼곡선'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 같은데, (래퍼곡선은 세율이 적정 수준 이상이라면 조세수입이 줄어든다는 세율과 조세수입의 관계를 나타낸 전설적인 곡선인데, 이 곡선을 고안한 래퍼도 그 적정 세율은 '알 수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더욱 전설적이다.) 상속 증여세는 조세수입을 주 목적으로 하는 세금이 아닌데다(세금을 걷으려는 것 보다는 부의 세습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수단의 기능이 더 강하다고 본다), 다른 나라와 세율을 비교한다는 말에서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나라만 참고하겠다는 뉘앙쓰가 물씬 풍긴다.


아아, 정녕 청와대에는 21세기 이후로 나온 경제학 책이 없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