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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남한산성에 자욱한 말言먼지








남한산성
- 8점
김훈 지음/학고재

 조선은 임진왜란에 즈음해서 무너질 나라였다. 그때에 즈음해서 임진란이 일어나 의병을 일으키고 양반은 도망가서 무너질 나라를 붙잡았다. 명은 아버지의 나라이자 임진란의 은인이 되어 조선의 위에 눌러앉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선은 망하지 않았고 끝내 명을 섬기겠다고 하며 청을 불러들여 국토를 유린하게 했다. 이기지 못하겠으면 항복이라고 해야 할 것을 버티고 버티면 저들이 물러갈 것이라 하며, 이제라도 저들과 화친해야 한다고 하며 말言먼지를 드높였다. 청을 삼전도를 말馬먼지로 뒤덮었다. 임금은 추운 겨울 내내 남한산성에 있었다.


 조선은 말로 망한 나라다. 김훈은 그 말을 하려고 한다. 버틸 힘이 없어도 말이 교묘하고 에둘러서 피지배층을 어르고 달래며 버텨낸 나라다. 힘이 없으면서도 몸은 끝내 굴하지 않으려 하고 말은 바른 말을 하려 한다.
 
 최명길은 병졸들까지 자기더러 역적이라 하는데도 화친하자 하는가
 왜 왕이 항복문서를 쓰라는 데도 자결하고,
     분이 터져 죽고,
     엉뚱하게 안시성을 적은 글을 올리는가
 김상헌은 왜 버티려는가. 끝내 무너질 것을 붙잡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 말이 두려워서다.
처음 꺼낸 말을 스스로 덮는것이,
결국 청에게 졌을 때 싸우자 한 말이 화가 될까,
항복 문서를 썼다는 말이 두려워서,
끝까지 충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할게 두려워서다.

온 땅을 유린당해 남한산성에서 궁핍하면서도
용골대에게 신찬을 보내는 임금
명의 황제에게 문안인사를 올리는 임금
칸이 돌아간다는 말이 두려워 삼전도로 나온 임금

결국엔 살고싶다고 말한 임금.

말 때문에 적을 불러들이고
말 때문에 지지 못하고 버티다
결국 돌아간다는 말이 두려워 삼전도로 나간 임금은

칸에게 끝내 지고 말았다.


결국 이긴 것은 살아남은 서날쇠뿐이란 것.
말은 말일 뿐 말에게 매달리면 안된다는 것.

김훈은 나에게 그 말을 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