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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지막 희망은 탈출?

파피용




파피용 - 6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대중작가다. 누구는 이 사람은 정말 천재인 것 같다고 귀가 뭉게질 정도로 칭찬을 해대고 있지만 나에겐 그저 읽기 쉬운 책들 양산해내는 대중작가인 것 같다.

 과학분야에서 일했었다고 하던데 그 때문에 책들을 보면 과학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다른 작가에겐 쉽게 찾기 힘든 재능. 저자의 소설 <뇌>를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고등학교 때 친구 선물로 사주고는 흥미없어 하길래 빌려달래서 읽는 약간 약은 짓을 해가면서 읽었는데 그 친구가 하권을 안빌려줘서 못보고 말았던 기억. <다 빈치 코드>도 두권짜리 다 사려다가 일단 1권만 사서 읽었는데 뭔가 역겨움을 느끼고 그만둬 버렸다.
 
 쉽게 읽히는 건 문제가 아니다. 쉽게쉽게라도 읽는게 어딘가. 난 그렇게 고상한 척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쉽게 보는 책 읽을 시간에 다른 책 볼 것도 아니고 내 옆에 책이 그렇게 쌓여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책을 볼 때 어느 정도 긴장을 늦추고 설렁설렁 넘기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딱히 까대고 싶다거나 무시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그때, 황석영씨가 한 말을 들었다. '베르베른가 하는 작가는 프랑스에선 SF대중작가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다 빈치 코드니 뭐니 해도 교양인은 모른 척 한다' 그에겐 소설이 직업이니만큼 뭔가 나같은 사람과 비할 수 없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을 테지.
 
 그렇지만 나에겐 개개의 메시지는 다 같은 무게다. 쉽게 읽히든 페이지당 3분이 걸리든 시간의 문제일 뿐, 개개에 메시지는 무게를 비교할 수 없다. 가볍다와 무겁다는 그네들의 문제일 뿐이지, <태백산맥>과 <69>은 나에게 동등하다. <태백산맥>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69>에서 무라카미 류가 말한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란 말을 평생 자기지침으로 삼는 사람도 있는 거다 . 가볍고 무거움을 따지는 태도는 책에게 미안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는 <파피용>에서 어떤 말을 하려고 한 지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로 만들법한 스토리, 영화와도 같은 전개.. 처음부터 영화화를 전제로 한 소설인가. <다 빈치 코드>에서 느낀 역겨움처럼? 그렇지만 이젠 그냥 보기로 했으니까 끝을 봤다.

 인류에게 던지는 어떤 메시지, 작가의 역사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지구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비관론으로 시작했으나 ㅡ 마지막 희망은 탈출 이라는 말에서 결국 달아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줄 알았지만 ㅡ 인간은 그것을 이겨낸다. 어머니의 품을 박차고 나갈 에너지, 인간에겐 그것이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역사의 반복과 거기에서 끝없이 발전을 모색하는 인간의 에너지에 대한 믿음. 저자는 그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정말 '마지막 희망은 탈출' 밖에 없을까?
http://wnsgml.com2007-10-27T07:15:24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