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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왜 김구는 무조건 OK?

군대에서 추위와 맞싸우다 보니...라면 핑계고
원더걸스 텔미에 빠져있느라
고액권 화폐가 발행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고액권 화폐표지 인물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10만원권 김구, 5만원권 신사임당.

대체로 보면 김구엔 찬성, 신사임당은 글쎄..하는 반응들인 듯 하다.

신사임당은 우선 현대의 여성상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반응인데,
아마도 '현모양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인 듯하다.
신사임당이라고 딱히 현모양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테지만
이미지란게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안된다는 겔게다.
어쨌든 이미지가 현모양처라서 안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미 아들되시는 이율곡 선생이 오천원권의 모델로 선정되어 있어서
모자간에 너무 치우치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유관순열사가 더 낫지 않을까라고들 한다.

현모양처도, 모자지간도, 유관순도 어느 정도 수긍 할만한 주장들이다.


그런데 김구에 반대한다..는 말은 어째 드물다.
유관순열사가 탈락된 것도
김구가 이미 항일운동 대표주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란다.
학주니님의 글을 보면,

백범 김구 선생님은 이미 잘 알려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투사다. 항일 민족운동을 전개하시고 만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을 맡으셨으며 광복후에도 남북통일을 위해 정말 애써오신 대한민국 근대 위인 중 최고라고 손꼽을 인물이시다. 그런 분을 고액권 중 10만원권에 선정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
라는 것이다.


왜 이견이 없는 것인가?
어째서 김구는 당연한 것인가?

여기서 오해의 소지를 제거하기위해 전제하자면
나는 김구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김구는 물론 위대한 독립투사이고
'좀 시기가 늦었지만 나중엔 좌우를 초월한 진정한 민족주의자로 거듭난 분'[각주:1]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김구를
어느 누구도 흠집낼 수 없는 불가침의 존재로 만들어주진 않는다.

 

계속해서 한국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의
맺는말 <전투적 극단주의의 배양>을 보자.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존경하는 지도자상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김구를 꼽는다고 한다.
왜냐, '다른 지도자를 뽑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승만은 이후에 부정선거와 친일의혹으로 뭔가 깔끔하지 못했고
여운형이나 박헌영 등은 사정이야
어쨌든 공산당이란 딱지가 있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제외시키고 제외시키면 '남는 것은 김구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김구라고 해서 만장일치로 '그래 김구밖에 없다'고 할수 있을까?
'좌우를 초월'한 것은 말년에 대선을 의식해서 보여준 행동일 가능성도 있으며,
결국엔 대통령이 되기 위한 행보에서 이승만보다 한발 늦어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암살당했다.
암살당했단 사실이 그의 영웅성을 더 드높여 준 계기가 되었지만.

그 전까지 김구는 제주 4.3등 빨갱이 사냥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들에 대해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침묵함으로서 동조했을 뿐이다.
그가 공산당을 빨갱이라고 싫어했을 거란 사실을 사료가 없으면 짐작할 수 없을까?
그리고 뒤늦게서야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가야한다'며 김규식과 방북했지만 말 그대로 떠난 버스에 손흔든 격이 될 뿐이었다.

그런데, 김구는 왜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일까?
왜 김구는 우리가 존경해야 마땅할 인물로 늘 손꼽히는 것일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김구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김구라면 무조건 OK'인 우리네의
오른쪽으로 편향된 시선이 참을 수 없을만큼 싫을 뿐이다.
  1. 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 편 2권에서 강준만씨가 쓰신 표현을 차용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