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선생님(이라고 하는게 맞으려나)이 쓴 칼럼이다.
주간지에 이런 글이 실릴 정도라면
이제 문헌정보학과가 각광받게 될 날을 기대해도 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다.
강의실에서야 많이 들었던 이야기지만 비전공자들은 사실 이런 이야기들 모르지 싶다.
주석은 내가 쓴 것이다. 함부로 옮겨온 데다 주석까지 달다니 무례하다.
시사인(08. 02. 26) 도서관에 전문 사서가 없다
얼마 전부터 신문 안 본다는 게 자랑이 된 사람이 많다. 신문사도 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신문이 신문다워야 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면 좋겠다. 어쨌든 사람들이 신문도 안 본다는 것은 사회의 위기이다. 그렇다면 잡지나 계간지는 보고, 책은 좀 읽는가? 다른 것도 별로 안 보는 게 우리나라 실정인 것 같다.
유럽에서 부러운 게 몇 가지 있다. 파리에서 할머니들이 아침마다 신문과 잡지를 사들고 커피 마시는 장면은 솔직히 부럽다. 더 부러운 장면은 아인슈타인이 다녔다는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볼 수 있다. 할머니들이 이 도서관 소파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이다. 스웨덴과 더불어 가장 먼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은 스위스에서는 흔한 장면이다.
한국에서는 책 읽고 잡지 보는 모습을 대학 도서관에서도 보기 어렵다. 그 자리를 고시 책과 취업 서적이 휩쓸고 있다. 우습지만 한국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은 스타벅스이다. 유럽에서도 일부 도시에서는 스타벅스가 성업 중이긴 한데, 정말로 신문·서적·잡지를 많이 보는 도시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참 부러운 유럽 도서관의 책 읽는 풍경
내가 만나본 최고의 전문직 사서는 취리히에 있다. 영문학과 생물학 석사 학위를 가진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나보다 키가 큰 북구형 미인이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데, 뭐든지 주제어만 말하면 책을 찾아다 준다. 한국에서는 이런 전문 사서가 서울대에도 없다. 서울대 사서는 순환 보직으로 전문 사서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제도를 탓해야 한다. 1
내가 만나본 최고의 서점 직원은 프랑스의 교보문고라 할 조셉 지베르의 직원들이다. 소르본 대학을 졸업한 그들은 책을 분류하고 관리하며, 책 파는 것을 천직으로 여긴다. 반면 교보문고에 가보시라. 점원에게 책 위치를 물어봤다가는 속 터진다. 당연하다. 그들은 비정규직이고, 파견직이다. 괜히 말을 걸었다가 서로 민망스러운 일이라도 생길까 봐 말을 거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2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 사서와 서점의 전문 직원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그 사회에 지식의 축적을 돕고 원활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지식사회의 전사이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20대 딱 1000명을 정규직 서점 직원으로 채용하고, 이들의 월급을 보조해주자. 영화서적 전문, 미술서적 전문, 음악서적 전문…, 멋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지역의 전문 서점도 지정해서 지원해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잘사는 나라가 된다. 이건 큰 힘 안 들이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며 효과도 확실하다. 10년 후, 이들이 자기 전문 영역에서 전문 서점을 1000개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게 바로 지식사회다.
최근 프랑스 책방연합회에서 <도서관 경제학>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책이 살아야 신문도 살고, 신문이 살아야 책도 산다. 그래야 전문 잡지도 산다. 여기에 좌파·우파가 있겠는가? 같이 힘써야 할 일이다. 운하에 들일 힘 100분의 1만이라도 지식 축적에 쏟았으면 좋겠다.(우석훈_성공회대 외래교수)
08. 02. 28.
추. '88만원 세대'때도 느꼈지만 우석훈 선생님은 '이렇게 쉬운데 왜 안하냐'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사실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만 아마도 그게 글쓰는 스타일 듯 하다.
'왜 안하냐'에 대해 굳이 내가 생각하는 답을 적자면, 정치인은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행동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이거나 실제 사회문제에 대해선 거의 관심이 없는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