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기에 앞서 사야한다.
집에 읽지않은 책들을 아무리 쌓아두더라도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고,
내가 사지 않은 책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것이 내 버릇이다.
형은 내가 산 책이 버젓이 책꽂이에 꽂혀있음에도 그 책을 또 사는 오류를 범할만큼
우리 형제는 서로가 산 책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7월에는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룰 위한 안내서>와 에릭 홉스봄의 <자본의 시대>를 샀다가
안내서는 5권 중 1권만 읽고 <자본의 시대>는 머리말만 읽었다.
하지만 둘 다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후회하지 않고 있으며,
읽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 신경쓰지 않는다.
항상 좋은 책만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니까.


8월(어제)에는 하루키의 신작 <1Q84>을 예약주문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염두에 둔 제목인 것 같은데(일본어로 Q와 9는 발음이 같다)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설레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욕심나는 책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한권만 사고 포기할 수 없어 여러권을 더 샀다.
<근사록 집해> 이광호 역으로 많은 근사록 번역본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실은 뇌이버 김훈의 서재에서 김훈이 추천했기 때문에 산 것이다. 이번에 산 책중 가장 비싸다.
하지만 이럴 때(어떤 때냐)일수록 고전을 읽어야 한다
다음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인데 2년이 넘도록 wish list에서만 머물던 책이 드디어 내 집으로 오게 되었다.
<만들어진 신>을 읽고 처음에는 이 사람의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했는데
위시리스트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훑어보다가 당장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어서 그냥 사버렸다.
준모는 책장이 너덜너덜해질만큼 여러번 읽은 책이라면서 내가 그 책을 산 것을 기뻐하는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의 글은 한번 읽을 필요가 있다고 늘 생각했는데
대표작 <미학 오디세이>를 읽기에는 내가 미학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기 때문에
마땅히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준모의 추천을 받고 이 책을 보기로 했다.
가끔 준모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관심분야가 많이 달라서 도움이 많이 된다.
가끔 책 추천을 서로 4~5권씩 하는데, 그때마다 겹치는 책이 없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
가끔 같은 책을 말하는 경우에는 그 생각을 말해보는데
같은 책을 보더라도 느끼는 점이 전혀 달라서
역시 책은 필자의 마음가짐 만큼이나 독자의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