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퀴즈쇼>다.
작가가 말하듯이 이 책은 20대를 위한 책이다.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고, 가장 코스모폴리탄적인, 80년대에 태어나 컬러 텔레비전/프로야구와 함께 자랐고 풍요의 90년대에 학교를 다닌" 20대.
우리 세대는 너무 얌전하고, 착해서
시대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것이 나의 문제고,
취직 안되는 것이 내 토플점수가 모자라서이고
더 좋은 대학을 다니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억울하다,
더 억울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
너희는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김영하는 말한다.
실은 좀 억울한 점도 없지않지만
그게 억울한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사립대 연 등록금 평균이 700만원에 달하는데
졸업하면 월 88만원에 목을 매어야 하는 현실을
어쩌면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였는지
그런데도 대학만 가면 된다고 하던 아버지 세대만 믿고 자랐는데
대학에 가면 공부할게 더 많고
대학문보다 176배정도 좁은 취직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도 몰랐던지
그런데도 '착한 20대'는
억울한 줄도 모르고
대학에서 모자라면 학원가려고
시급3000원대의 pc방, 편의점 아르바이트하고
'단군 이래 제일 책 안보는 세대'라고 욕먹고
경북대 200명 중에서 126명이 투표일을 모르고 살고 있다
너무 바빠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너무 바빠서 오늘도 고등학생들은 아침도 못먹고 학교에 간다.
어쨌든 별로 좋은 평은 못받는 책인 것 같다.
구성도 엉성하고, 이것저것 짜맞춰서 뚝딱만든 소설 같다는 평.
1년만에 얼렁뚱땅 만들었다고 하던가.
조선일보 연재소설이라서 3류작가가 쓴 것 같다던가.
사실 여기도 좀 익숙한 캐릭터들이 많이 보이고,
비평가들이 좋아할 문장들, 굳이 만들어낸 부분이 많이 눈에 띄고
많이 본 듯한 설정, 억지 해석을 자아내는 부분들이 없잖지만
그건 당신이 20대가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다.
20대라면, 최소한 재미있게는 볼 수 있다.
재미는 있겠지만, 답은 없다.
물론 김영하는 시대의 고민과 20대의 우울함을 잘 읽어냈다.
(이미 40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설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건 그냥 팔겠다는 이야기다.
페이퍼백 주제에 만천원이나 받고.
연재료도 받았으면서.
책값 이야기를 해서 좀 새는 감이 있는데, 결국 그게 이 책의 본질이다.
답을 주지도 않을 거면서 어설프게 우리사회의 아픈점을 건드린다.
편의점 알바를 때려쳤다고 해서, 헌책방 알바를 한다고 해서
민수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만난다고 해서 민수의 우울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퀴즈대결로 돈을 받는 건
민수의 환상이자 작가의 환상일뿐,
작가가 원했던 독자타겟인 88만원 세대의 답은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니고
우린 민수가 회사에 들어갈 때부터 짜증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 김영하는 결말을 짓지 못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이제 이 소설은 차츰 불쾌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