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우비

연출 이준형
극본 김진희
2008년 6월

리뷰라기엔 뭣한게 이미 방영이 끝난 드라마다. 그래도 볼 수있는 방법은 많으니까.
TV로만 드라마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이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두가지다. 잊혀지는 사랑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랑. 드라마에서 다루는 건 죄다 두번째 부류다. 잊을 수 없으니까 잊지 않는 쪽을 시청자들은 선호하지만 사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결혼하는 건 아니고, 드라마라고 해서 모두 결혼으로 끝나는 건 재미가 없다. 시청자들의 압박으로 결론이 바뀌는 경우도 흔하곤 했지만 최근엔 제작을 끝내고 방영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꼭 그렇지도 않다. 나는 뭐 어쨌든 상관없지만 제작자 입장에선 자유도가 커진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섭받지 않고 생각했던 작품을 완성도 있게 내놓을 수 있으니까.
두 주연배우(김태우♡김사랑) 의 연기가 역시 빛을 발한다. 아이비와 진구, 기타 일본배우들의 비중은 극단적으로 적다. 아이비 데뷔작이라고 소개하길래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비 는 극 중 비중에서나 출연시간에서나 일본 아역배우만도 못했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가보니까 4부작이란 점이 너무 짧아서 전개가 빠르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던데, 난 오히려 짧은 쪽이 짜임새있고 완성도도 높은 것 같아 좋았다. 일본 올로케이션이었으니까 제작비 문제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 와중에도 도쿄 곳곳을 영상미를 잘 살려내며 담아낸 것은 역시 감독의 재능이다.
중요한 것은 김사랑의 미모 사랑을 생각하는 두 사람의 감정 차이다. 현수와 수진은 정말 누가 더 좋아하는지 따질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커플이지만 그 사랑이 현실을 만났을 때의 대처에 대해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지 않겠다의 입장 차이는 극 중 여러차례에 걸쳐서 등장하는 딜레마다. 잊을 수 없으니까 잊지 않으려는 수진과 잊을 수 없지만 결국에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수의 차이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한번쯤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아닐까.
특히 수진을 잊기로 마음먹는 모습을 상징하는 눈물의 주먹밥 씬은 압권이다.



7년을 넘어 다시 만난 날, 밤을 새워 둘은 이야기를 하고 수진은 그동안의 기억을 자꾸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며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현수는 애써 피한다. 수진은 결국 그동안의 사랑을 잊었냐고 물으며 글썽이지만 현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과연 지난 여자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남자의 사랑...인 것이 아니라 현수는 자신이 먼저 잊어야 수진이 자신을 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난날의 지독했던 사랑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멋진 남자다.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장면에서 카메라가 흔들리는 액션을 보여주는데 영화의 이해를 소홀히 들은 탓에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두 사람의 흔들리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은 한다. 그나저나 저 눈물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정말로.







사실은 이랬으면서..(헤어지고 1년 후, TV에 나온 수진의 모습을 보고 대화하고 있다; ...) 어떻게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드라마, 소설, 영화에서나 흔하게 표현되는 붙잡는 사랑의 힘도 대단하지만 현수가 보여주는 보내는 사랑의 힘도 그에 못지 않은 모양이다.
